대 이어 '간첩' 누명 씌운 국가…'우리 父子에게 사과 바랄뿐'

대 이어 '간첩' 누명 씌운 국가…"우리 父子에게 사과 바랄뿐": 10년 감옥살이 뒤 목숨 끊은 아버지…30여년 뒤 아들도 간첩 몰아 고문 진실화해위, 피해자 인정…2대째 간첩조작 피해 처음 드러나; 뉴스저널24 2024.01.13 08:55 입력

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 <p> </p><table id="news_image" border="0" cellpaddin="0" cellspacing="0" align="center" style="border:1px solid #d2d2d2;margin-top:15px;margin-bottom:15px;"><tbody><tr><td><div style="margin:8px"><img alt="대 이어 '간첩' 누명 씌운 국가…우리 父子에게 사과 바랄뿐" src="http://news-journal24.com/PEG/2024/1/17051127130786.jpg" width="500" align="absmiddle"></div><div id="news_caption" style="padding-left:8px;padding-right:8px;"><span style="font-family: 돋움, dotum; font-size: 9pt;">▲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김윤보(85)씨
[진실의힘 제공. 재판매 및 DB 금지]</span></div></td></tr></tbody></table></span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"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했고 겁나는 일도 많았던 삶이었어요. 간첩으로 몰려서 정말 죽는 줄 알기도 했고요. 돌아가신 아버지를 뵈면 꼭 끌어안고 할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."</span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1956년 '인천 덕적도 어민 간첩 조작 사건' 피해자 고(故) 김선규 씨의 아들 김윤보(85)씨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와 통화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2기 진실·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(진실화해위)는 지난 9일 "내무부 치안국(현 경찰청)이 적법한 영장 없이 불법으로 가두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가했음을 확인했다"며 고인을 피해자로 인정했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아들 김씨 또한 1989년 '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(조총련) 간첩 조작 사건'의 피해자다. 대를 이은 간첩 조작 피해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진실화해위 관계자는 "1980년 '진도 가족간첩단 사건' 등 하나의 간첩 조작 사건에 가족이 연루된 사례는 여러 건 있었지만, 김씨 부자(父子)처럼 대를 이어 간첩으로 조작된 사례는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"고 설명했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김씨 가족은 전 재산을 북한 정권에 몰수당하고 1951년 1·4후퇴 때 황해도 장연군에서 인천 덕적도로 내려왔다. 김씨의 아버지는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김씨가 열일곱 살이던 1956년 10월 내무부 치안국은 그의 부모가 '피난민으로 위장한 간첩 부부'라며 함께 연행했다. 아버지가 새우젓을 팔기 위해 발품을 판 것이 북한 정찰국으로부터 지령을 받은 공작원 연락·수송 업무로 둔갑했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그해 8월 '강화도에 볼일이 있으니 함께 가자'는 처남에게 속아 닷새간 북한 옹진반도를 다녀간 것이 화근이 됐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어머니는 불기소 처분을 받고 6개월여 뒤 풀려났으나 아버지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"우리 아버지는 문맹이셨어요. 당시 피의자신문조서와 1심 판결 당일 작성됐다는 항소포기서를 보니 아버지 자필 서명이 '김선규'가 아닌 '김성규'로 돼 있더군요.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습니까."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김씨는 "뱃사람으로 일하면서 몸이 튼튼하셨던 분이 고문으로 어깨와 허리가 망가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셨다"며 "갑자기 겁에 질려서 '누가 쫓아오니까 함께 다니면 안 된다'고 말씀하곤 하셨다"고 전했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만기 출소한 지 2년여 만인 1968년께 아버지는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.</span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 </span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<table id="news_image" border="0" cellpaddin="0" cellspacing="0" align="center" style="border:1px solid #d2d2d2;margin-top:15px;margin-bottom:15px;"><tbody><tr><td><div style="margin:8px"><img alt="대 이어 '간첩' 누명 씌운 국가…우리 父子에게 사과 바랄뿐" src="http://news-journal24.com/PEG/2024/1/17051127764947.jpg" width="422" align="absmiddle"></div><div id="news_caption" style="padding-left:8px;padding-right:8px;"><span style="font-family: 돋움, dotum; font-size: 9pt;">▲고(故) 김선규 씨 체포 사실을 보도한 1956년 11월 8일자 조선일보 기사
[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. 재판매 및 DB 금지]</span></div></td></tr></tbody></table><p><span style="font-size: 12pt;">'빨갱이의 아들'이라는 주홍 글씨는 김씨의 삶을 짓눌렀다. 온종일 굶은 세 동생의 몸이 퉁퉁 부었지만 이웃들은 밥 한 숟가락 나눠주지 않았다.</span></p>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김씨는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꿈꿨지만 연좌제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. '1939년생 김윤보'에서 '1931년생 김철'로 호적을 바꾸기도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견디다 못한 김씨는 1984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무역회사를 운영했다. 사업이 잘되면서 새 출발을 꿈꿨으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1989년 4월 김씨는 수출 상담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느닷없이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려갔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한 친구가 사업 문제로 사이가 틀어지자 김씨의 재산과 포상금을 노리고 '김씨가 조총련 간부에게 공작금과 함께 간첩 지령을 받았다'고 경찰에 거짓 신고한 것이었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경찰은 김씨를 슬리퍼로 마구 때리는가 하면 철봉에 거꾸로 매달고 구타하는 '통닭구이' 고문과 물고문을 가했다. 대공분실에 구금된 24일 동안 김씨는 총 15시간밖에 자지 못했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한 수사관은 "네 아버지도 간첩 아니었느냐"고 윽박지르기도 했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"남영동에서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. '아버지께서도 이렇게 당하셨으니 그렇게 폐인이 되셨구나' 싶었어요. 북한 정권은 전 재산을 뺏더니 남한 정권은 간첩으로 몰아 한 부자를 망가뜨린 거예요."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기도 한 김씨는 1991년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이 확정됐고 1995년 가석방됐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김씨는 사건 23년 뒤인 2012년 7월 재심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. 그러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(민가협) 활동을 하며 아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어머니는 김씨가 누명을 벗는 걸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김씨는 지난해 5월 아버지의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신청했다. 아버지의 명예가 회복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호적상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도 원래대로 되돌릴 계획이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인천 영종도 집에 혼자 사는 김씨는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김씨는 "뼈마디가 저리고 아파서 100ｍ만 걸어도 앉았다 한참을 쉬어야 하니 거동하기 어렵다"며 "아직도 누군가에게 쫓겨 다니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"고 말했다. 사건 이후 두 딸과는 왕래가 끊긴 지 오래다.</span></div><div><br></div><div><span style="font-family: 굴림, gulim; font-size: 12pt;">"한동안 이 나라가 역겨웠어요. 날강도 같다고 생각했죠. 하지만 어찌 됐든 제 조국이고 앞으로도 제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땅 아니겠습니까. 그저 하루빨리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우리 부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만 바랄 뿐입니다."</span></div><br><span style="font-size:16px">【제공=연합뉴스】</span>